『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유일한 소설로, 사랑과 복수, 계급과 운명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고딕 소설의 요소와 사실주의적 심리 묘사가 결합된 이 작품은 출간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현재는 영문학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폭풍의 언덕』의 작품 배경, 줄거리, 그리고 비평적 평가를 살펴본다.
1. 작품 배경
『폭풍의 언덕』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이 절정에 달하며 사회적 계급 구조가 고착화된 시기였으며, 종교적 가치관과 도덕성이 중시되던 시대였다. 하지만 『폭풍의 언덕』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덕적 교훈보다는, 인간 본능과 감정의 어두운 측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기존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작품이었다.
에밀리 브론테는 요크셔(Yorkshire)의 황량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외딴 지역에 살며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했고, 이러한 경험이 작품의 배경과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품의 주요 무대인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과 '트러시크로스 그레인지(Thrushcross Grange)'는 요크셔 황무지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황량하고 거친 자연환경이 등장인물의 격렬한 감정과 맞물려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2. 줄거리
『폭풍의 언덕』은 액자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된 이야기는 가정부 넬리 딘(Nelly Dean)이 하숙객인 록우드(Mr. Lockwood)에게 들려주는 형태로 전개된다.
어느 날, '폭풍의 언덕'의 주인인 언쇼 씨(Mr. Earnshaw)는 고아 소년 히스클리프(Heathcliff)를 데려와 자신의 자식처럼 키운다. 그러나 언쇼 씨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 힌들리(Hindley Earnshaw)는 히스클리프를 하인처럼 학대하며 냉대한다. 하지만 언쇼의 딸 캐서린(Catherine Earnshaw)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며, 둘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캐서린은 자신이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사회적으로 불행할 것이라 판단하고, 부유한 지주의 아들 에드거 린턴(Edgar Linton)과 결혼한다. 이 사실에 상처받은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다짐하며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부유한 신사가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힌들리를 파산시키고 '폭풍의 언덕'을 장악한다. 또한 에드거 린턴의 여동생 이사벨라(Isabella Linton)와 결혼하여 린턴 가문에도 복수를 감행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갈등하며,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캐서린의 죽음 이후, 히스클리프는 그녀의 딸 캐시(Cathy Linton)와 자신의 아들 린턴(Linton Heathcliff)을 결혼시키려 한다. 린턴은 병약한 소년으로 결국 일찍 죽게 되고, 캐시는 히스클리프의 지배 아래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점점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며, 마침내 캐서린의 환영을 보게 된다. 결국 그는 그녀를 따라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복수는 무의미한 것으로 끝난다. 이후 캐시와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Earnshaw Hareton)은 사랑에 빠지며, 황폐했던 '폭풍의 언덕'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온다.
3. 평가
『폭풍의 언덕』은 출간 당시 강렬한 감정 묘사와 도덕적 가치의 부재로 인해 혹평을 받았다. 빅토리아 시대 독자들은 히스클리프의 잔혹함과 캐서린의 이기적인 사랑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은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탐구한 고전으로 재평가되었고, 현대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선형적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고, 액자 소설 기법을 활용하여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독창적인 서술 구조를 사용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인물 평가 측면에서 히스클리프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냉혹한 복수를 실행하지만, 동시에 깊은 사랑과 고통을 경험하는 인물로, 현대 문학에서 반영웅(anti-hero)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작품 속 거친 자연 환경은 등장인물들의 격렬한 감정을 상징한다. '폭풍의 언덕'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량한 장소이며,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를 대변한다. 반면 '트러시크로스 그레인지'는 안정적이고 세련된 문화를 의미하며, 캐서린이 현실적인 선택을 한 장소로 등장한다.
『폭풍의 언덕』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그리고 대중 음악에서도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노래 "Wuthering Heights"는 캐서린의 유령 시점에서 부른 가사로 유명하다. 또한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수차례 각색되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